우유 옛날보다 덜 먹는 이유 소화 안 되는데 비싸서?
우유 옛날보다 덜 먹는 이유 소화 안 되는데 비싸서?
불과 칠팔 년 전 쯤의 일이다. 한 우유회사의 소비자 상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유당불내증으로 불편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제품은 출시 계획이 없으신가요?” 상담원은 자기는 잘 모르겠다며, ‘계속 마시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겠느냐’라고 답변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나도 큰 기대를 한 건 아니라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다른 업체에서 같은 제품이 이미 나온 상황이었다.
그리고 2024년, 유당불내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우유는 이제 거의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던 업체 또한 전지는 물론 저지방 제품까지 내놓았다.
말하자면 이제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내가 칠팔년 전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었던 시점에서 이미 관련 제품들이 활발하게 나왔어야 했다.
왜 그렇느냐고? 한국인의 75퍼센트가 유당불내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당 불내증은 락테이스와 같은 유당 분해 요소가 위장에서 나오지 않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우유와 같은 음식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다.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우유를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해지거나 설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유당만 효소로 미리 분해해 우유 소화를 돕는다.
이처럼 우리는 우유에 취약하면서도 급식을 통해 꾸준히 마셔왔다.
1962년 시범사업을 거쳐 1981년부터 40년 넘게 유지되어 온 학교우유급식 사업은 취지가 나빴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시라면 우유를 통해 영양 불균형 해소를 일정 수준 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산율 감소와 대체음료 확산으로 우유의 입지는 계속 좁아져왔다.
우유 소비는 이미 1997년부터 꾸준히 하락세였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택 교육 등도 영향을 미쳤다.
학교를 안 가니 우유 또한 먹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학교우유 급식은 초라해졌다. 2022년 기준 전체 학생 530만명 가운데 154만명이 우유를 급식하고 있다.
그중 65만명이 무상 지원을 받고 있다. 거의 모두가 참여했었던 1980년대 나의 초등학교 시절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학교 밖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3년 3월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만 14~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35.1%가 우유를 덜 먹게 되었다고 답했다. 바로 이전인 2020년 조사의 14.5%에 비해 20.5%포인트 상승한 결과이다.
이유는 표면상 가격이지만, 어린 시절 억지로 급식하며 몸에 맞지 않는 우유를 억지로 먹은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 탓에 소비가 줄어도 우유 가격은 계속 오른다.
실제로 작년 10월, 원유 가격이 8.8% 인상되어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이야기까지 나왔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빵이나 아이스크림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폴란드 등 유럽의 멸균 우유가 1리터 들이 기준 1000원 가까이 싸게 수입되는 바람에 우유 자급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소화도 잘 안 되고 비싸다. 이래저래 국산 흰우유의 소비가 늘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업계는 좀 더 빨리 대체를 했어야 됐다.
유당불내증에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우유는 물론 버터나 치즈, 아이스크림 등도 좀 더 빨리, 활발히 내놓았어야 했다.
몇 안 되는 유업사 가운데 한 군데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버터나 치즈, 아이스크림 모두 가격 경쟁력을 논하기 이전에 맛이 썩 좋지 않다.
그나마 건강식 열풍으로 그릭 요구르트가 선전하고 있는 게 다행이랄까?
이마저도 대형업체의 제품들은 우유와 유산균만 외에 분유부터 젤라틴까지 각종 첨가물을 더해 점도를 높인 제품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유업계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다가올 인구절벽에 좀 더 적극적이면서도 진솔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