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을 고통이라 인식하면 안돼, 넘어가는 법 배워야
불편을 고통이라 인식하면 안돼, 넘어가는 법 배워야
살다보면 누구나 이런저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매번 잘 적응해왔던 사람도 갑자기 고꾸라지곤 한다.
이렇듯 상황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적응장애’라 한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는 적응장애를 ‘암 0기’에 빗댄다.
본격적인 암이라 보긴 어려워 항암치료를 하진 않지만, 0기 역시 나름의 치료는 필요하다.
적응장애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분명 다르다.
그러나 환자가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한다는 현상적 측면에선 비슷하며 치료도 받을 수 있다.
적응장애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하지현 교수에게 직접 들어본다.
불편을 고통이라 인식하면 안돼, 적응장애란 무엇인가?
적응장애란 인식이 가능한 스트레스 요인이 생긴지 3개월 이내로 비정상적인 감정·행동적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살다 보면 외부적 변화를 맞닥뜨리게 되어 있고, 사람은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은 적응에 실패하며 우울·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것만 두고 봤을 땐 불안장애 우울장애 청소년기 행동장애와 거의 같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지고 나면 짧게는 3~4주, 길게는 3~6개월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들과 다르다.
원인이 분명하다는 것도 적응장애의 주요 특징이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질환은 별다른 원인이 없어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뚜렷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 탓에 증상이 나타났다는 선후 관계도 분명하다. 그래서 예후도 굉장히 좋다.
앞서 말했듯, 원인 상황이 해결되면 금세 상태가 좋아진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흔히 일어나지 않으며 생명에 위협이 갈 만한 수준의 큰 사건을 경험한 후에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잘 넘기지 못할 정도의 재난적인 일이 계기가 된다. 무척 심한 교통사고라든가 성폭행 같은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황적 변화를 계기로 생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넘기는 일이어도, 10~15%의 사람들은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실직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문제 이혼 전학 등이 그 예다.
증상의 차이도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는 쉽게 말해 과도하게 각성한 상태, 즉, 놀란 상태다. 이에 악몽을 꾼다든지,
외상과 관련된 행동을 다시는 못 하는 식의 ‘회피 반응’이 있다. 그러나 적응장애는 이보다 일반적인 불안이나 우울 등을 주로 겪는다.
적응장애 환자들이 자주 받는 오해가 있나?
적응장애를 유발하는 상황 자체가 ‘외상’이라고 할 만큼의 일은 아니므로 원인이 사라지면 상태가 바로 좋아진다.
이에 환자들이 ‘꾀병’이란 오해를 자주 받는다.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을 예로 들 수 있다.
힐링 캠프를 다녀오고 약도 처방받아 먹었는데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군대에선 너무 힘들어했던 사람이 군대를 나간 지 몇 개월 만에 멀쩡히 지낸다. 그럼 부대에선 이 장병이 엄살을 부린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오해일 뿐이다. 그 장병에겐 군 복무 자체가 너무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 수 있다.
힘든 상황을 벗어나 자신에게 편한 환경으로 들어갔을 때 회복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꾀병을 부린 게 아니다.
둘째는 환자가 약해서, 무능력해서 적응장애를 겪는다는 시선이다. 사람마다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
특정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약한 사람이라 볼 수 없다.
그냥 다른 상황이라면 잘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 맞닥뜨린 상황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을 뿐이다.
어학능력이 약한 사람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상황이나, 영업 체질인 사람이 사무직 업무를 수행하는 게 그 예다.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한대서 그 사람을 무능하다 말할 수 없다.